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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s

가을비와 함께한 산음 자연 휴양림

by 유키 2011. 11. 9.

the 23rd camping trip (2011.11.05~11.06)


크고 작은 많은 산에 둘러쌓여 산그늘(산음)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자연휴양림..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다 보면 곧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숲속에 닿게 된다.. 
미니멀모드 캠핑에 매료되어 습관처럼  떠나오니 오감이 만족스러운 하루가 더해진다..   

매표소에서 휴투어 책자와 순이 일기장에 휴양림 스탬프를 찍고 예약해둔 233번 데크를 찾아 나섰다.. 
중미산과 마찬가지로 산음의 2야영장 데크는 대부분 360*360 사이즈.. 
 비 예보에 렉타타프를 준비해 혹시 자리가 좁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나무사이로 빠듯한 공간이 나온다..
11월초순... 가을비에 서늘한 칼바람을 예상했는데 평년보다 포근한 가을햇살이 모녀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 
바지런히 사이트를 꾸리는데 다람쥐 3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데크 사이를 누비며 인사를 한다 .. 
꺄~ 순이야 다람쥐닷!!! 반가움에 깡총깡총 뛰었는데.. 이곳 스탬프가 다람쥐 모양이었던 건 다 그만한 이유가;; 
1박2일동안... 내 평생 보았던 다람쥐 수 보다 많은 다람쥐들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텐트 칠 때, 요리 할 때, 커피 마실 때, 화장실 갈 때.. 무심히 나를 지나쳐 가는 쿨한 다람쥐들 ㅋㅋㅋ 
이곳에선 너희가 주인이구나..아름다운 잣나무 숲 속 귀여운 다람쥐들 세상.. 오늘 잠시만 자리를 빌릴께... 

  


















 첫 식사는 지난 주말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나가사키 짬뽕으로 가볍게 스타트 .. 
양배추와 청양고추 오뎅, 양파, 마늘, 베이컨 조금, 새우, 할머니가 캐온 바지락조개...
이번 캠핑은 따로 장을 보지 않고 냉장실, 냉동실에 장기 보존되어 있던 재료들을 몽땅 털어 해결하기로;;;;
숙주나물이 아쉽지만 있는대로 야채와 해물을 볶아 구수한 오리지널 나가사키 짬뽕을 완성했다.
아이 분량을 먼저 덜어주고  내 것엔 청양고추를 하나 썰어 넣었더니 국물이 고소하면서도 칼칼하니 예술이다...

너무 게걸스럽게 먹었나? 마구 흡입하고 있는데 순이가 그런다... "근데.. 엄마는 왜 냄비에다 먹어??"
'__' ;;;  " 어머 얘는~ 이거 냄비 아니거든! 좀 큰 그릇일 뿐 이라고;;;; " 쵸큼 궁색한가??? ㅋㅋㅋ 
































점심 먹고 산책 다녀오니 옆 사이트에 새로운 친구들이 와있다.. 딸은 다짜고짜 그녀들에게 달려가 묻는다..
너는 몇살이니? 7살.. 그럼 얘는? 5살.. 그래? 나도 7살인데 우리 이제 같이 놀까? ㅋㅋㅋ
단도직입적이고 명쾌한 아이들.. 이때부터 분주한 그녀들만의 놀이가 시작된다.. 아.. 기분좋은 웃음소리!!!


























다음날 아침은 역시 지난 주에 만들어 먹고 남아 냉동해 두었던 와플로 간단하게....
지난 번 캠핑땐 쌀을 놓고 가서 당혹스러웠는데 이번엔 비쥬얼 담당 야채들을 지퍼팩에 곱게 모셔놓고 두고 왔다;;; 
우리집 양송이 버섯,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는 냉장고에서 울고 있겠구나;; 치매엔 블루베리가 좋다던데 긁적긁적;;
따님은 사진 찍는동안 스물스물 접시로 다가가더니 소심하게 베이컨 한 조각 물고 계심.. ㅋㅋㅋ


























지난 밤 늦은 시간까지 함께 마시멜로우도 굽고 군고구마도 나누던 아이들은 아침부터 서로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아침 일찍 만나자는 약속을 해서 엄마를 당황케 하더니 비가 와서 놀잇감이 마땅치 않자 돔쉘터를 아예 사랑방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디든 무엇을 하든 함께 있으면 그저 싱그러운 웃음소리를 날리는 아이들.. ^___^ 동네마실을 벌써 배웠구나! ㅋ

과자를 먹으며 피아노 연주회도 하고 돌탑도 쌓고 거북이도 만들고 짧은 시간동안 예쁜 추억을 많이 쌓은 만큼...
가을비에 먼저 철수하는 친구를 보내는 순이 맘이 편치 않다. 아쉬움에 친구가 떠난 자리를 말없이 꾹꾹 눈에 담는 아이...
형제 없이 늘 혼자였던 아이에게 괜스레 미안해 마음이 짠해졌는데.. 
혹여
울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엄마를 놀리기라도 하듯 아이는 금새 자리로 돌아와 명랑하게 지저귄다..
목공예 체험 같이 가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다시 만나면 같이 놀자고 약속 했으니까 괜찮아. 우리도 이제 다람쥐 잡으러 가자;;ㅋ
아 이런 사랑스러운 따님같으니라고!!! 다람쥐한테 잡히기전에 그냥 다람쥐 만들러 가자!! ^____^






 



 









타프는 날이 맑기를 기다려 좀더 두기로 하고 공방에 들러 목공예체험을 했다.
아이를 반갑게 맞아 주시는 휴양림의 선생님들.. 인자하신 모습으로 각종 나무열매도 설명해 주시고
아이가 정성스레 만드는 작품을 기특히 여기며 칭찬해 주시기 바쁘다..  창의성 길러주는 데 좋은 놀이라며
아이가 만든 솔방울 구름에 이야기도 덧붙여주시고 즐겁고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목공예교실...








점심은 볶음밥을 만들어 먹을까 했는데 잠시 비가 그친 틈에 장비를 먼저 넣어 두었던 터라 
어제 구워 놓은
고구마와 남은 과일들로 가볍게 요기를 하고 치유의 숲으로 산책을 나섰다..











photo by soony

감자사마는 곰스러운 일꾼 아줌마처럼 나왔다고 올리지 말라는데... 
초점이 좀 안맞고 곰스러워도 엄마와 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유일한 증거샷이므로 올려보아요.. 
비가 와서 삼각대를 꺼내지 못한 탓에 모녀샷은 없네.. ㅠ_ ㅠ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유쾌했던 순이의 캠핑여행... 친구들과 함께여서 모녀만의 오붓한 시간은 아니였지만.. 
오손도손 다정하게 노는 너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였어... !! 
 

















기상청 예보대로 오후 들어 날이 개기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오보;;; 하지만 우중 철수도 이제는 가뿐해요...
펙을 뽑아 순이에게 폴대를 건네니 마디 마디를 해체해 가방에 넣어 주고 잊은 물건까지 살뜰히 챙겨준다..
이제 제 몫을 다하는 어엿한 캠퍼.. 아빠보다 일도 더 잘해요!! ㅋㅋㅋ 

지난 가리왕산 휴양림에서는 돔쉘터 벤틸레이션 한쪽을 닫아 두어서 그런가 결로가 심해 다소 걱정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양쪽 벤틸레이션과 출입구를 모두 조금씩 오픈해 놓았더니 우중에도 결로 없이 뽀송뽀송...
폴2개면 완성이 되는 완소 아이템 돔쉘터 덕분에 휴양림은 한결 가까워지고 거대한 리빙쉘은 마음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잣나무 숲속.. 깨끗한 화장실과 개수대... 친절한 직원과 호기심 많은 다람쥐가 반기는 곳...
숲이 내뿜는 입김에 산비둘기는 낮게 날고 꿈속처럼 모든 것이 흐릿하면서도 고요하게 흐르는 가을비에 젖은 휴양림... 
더없이 애틋하고 마음이 간다..  늦게라도 이 아름다운 곳을 알게 되어 다행스러웠던 하루...


월요일에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나오는데 아이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엄마~ 신호등 조심하고 계단 조심하고 출근 잘해요"
너란 아이.. 너무 듬직해서 엄마는 네게 시집가고 싶을 정도야.. ㅋㅋㅋㅋ 
받아쓰기 30점 받아도 괜찮아.. 지금은 이렇게 다람쥐랑 술래잡기하고 빗속에서 철없이 뛰어 노는 것으로 충분~ !! 
그리워지기 전에 마음껏 너를 안고 간지럼 태우고 속삭이고 놀리고 또 달래고 그러고 싶어~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