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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s

겨울 초입, 잣송이가 탐나는 팔현 캠프장..

by 유키 2010. 11. 19.
the 11th camping trip (2010.11.13~15)


할머니 병원 검진을 핑계삼아 어짜피 휴가를 낼 바엔 따님이랑 캠핑을 떠나기로 했다..
감자사마도 회사업무로 바쁘다니 오붓하게 모녀만의 시간을 갖기로 ..
상상속에 모녀는 화로대에 마주앉아 코코아와 커피 한잔을 나누며 도란도란 정답게 수다를 이어가는 모습이였는데.. 
 늑대 울음소리에 묻힌 까만 밤.. 겨울 초입의 팔현 캠프장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_<  



토요일 10시쯤 출발했는데... 내부 순환로가 막히는가 싶더니 2시간 남짓 걸려 도착..
잣나무숲속은 추운 날씨에도 자리가 많이 찼다. 할 수없이 비스듬히 경사진 곳에 리빙쉘을 설치..


풀무원 생짜장면.. 면을 끓여내서 찬물에 헹궈 주어야하고 짜장소스는 따로 끓는물에 넣어 뎁혀야 하는데..
소스 물 끓이는 동안 면이 불어버렸다;; >_< 캠핑장에선 일반적인 짜짜로니가 나을듯 ;;


까다로운 입맛으로 유명한 따님의 날카로운 품평회 시간.. 두구두구...


"우와~ 엄마 짜장면집 내도 되겠다아~ "
응.. 풀무원을 주방장으로 쓰자꾸나;; 면발이 팅팅 불어도 맛있지? ;;;


 캠장 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귤 두개~ 지난 바다 캠프장에서 시련을 안겨준 차키도 찬조출연中.. ;;
 다시는 분실하지 않겠다며 거대한 고릴라도 달아주었다.. 혹시 분실하더라도 핫핑크라면 눈에 잘 띄겠지요~ ㅠ_ㅠ


점심먹고 햇살 따뜻한 숲속으로 산책나가요~ 엄마 거대한 송이버섯 닮았네;; >_<






흑.. 다람쥐가 내 잣송이 다 먹어버렸어~요~


꺄 ~ 엄마는 하나 득템했어!!! ㅋㅋㅋ 심봤돠아~~ 


금새 텐트로 돌아와 잣까기 삼매경.. photo by soony


꺼진 불도 다시보자.. 갈색으로 변해버린 잣송이에서도 남아있는 잣 수색중~


잣 한송이에서 나온 잣이 대략 100개 이상~꺄호~ 100% 국내산이어요~


밥먹고 산책도 하고 잣송이도 주웠으니 본격적인 노동모드.. 땔나무 하기~  


나무 버스왔어요~ 톱으로 쓰러진 나무를 잘라 놓으면 큰걸로 달라며 불평하며 나르는 꼬마 나무꾼.. ㅋㅋ


첫날 저녁은 마블링이 환상적인 부채살로 준비해보았어요~ 우리는 육식모녀니까요~ ㅋㅋ

 


올리브유에 마늘과 버섯을 넣어 볶다가 고기를 넣어 굽고 , 
샐러드용 야채에 담아내 발사믹식초를 뿌려주면 초간단 스테이크 샐러드 완성!! >_<


또 다시 냉정한 따님의 품평회 시간.. 쩝쩝.. 음....


야채도 있네~먹을까 말까~ ㅋㅋ


덥썩~ 내일 저녁도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 ^o^

캠핑장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저녁먹고 나니 벌써 칠흑같은 어둠이 산을 삼켰다..
9시가 되기도 전에 따님은 꿈나라로 가고.. 혼자서 이밤을 즐기며 할머니가 싸주신 오미자주도 한잔하고..
라디오와 함께 화로대 곁을 지키고 싶었는데 눈꺼풀이 무겁다..  
순이를 꼭 끌어안고.. 몸이 이끄는대로 침낭속으로 들어가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은 엄마보다 먼저 일어난 순이 덕분에 엄마표 브런치로 바로 시작..
개수대가 불편한 곳에선 팬에 오븐용 종이호일을 깔아 요리를 하면 뒷처리가 깔끔해서 편리하다..


베이컨 對 야채 비율이 좀 언발란스한가요? ;;;   


식사 후 다시 시작된 잣송이 투어에서 만난 우리의 경쟁자 청솔모~  


ㅋㅋ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풍요로운 숲, 오늘은 2개 수확~


한 송이에 잣이 이렇게 촘촘이 박혀있구나.. 순이보다 엄마가 더 신기해하는 숲공부시간~


바다캠핑장에서 백선생님이 주신 순이 선물을 아껴두었다가 쨔잔~ 하고 내어주었더니..






완전 신이 나셨습.. ㅋㅋㅋ 흡족해하며 아껴먹는중.. ^___^


다시 나무 주으러 다니다 보니 하루가 금방가요..


점심은 역시 차돌박이 구이에 레몬소스를 곁들인 야채샐러드~


아빠감자~ 나 야채먹어요~ 칭찬해주세요~ ^o^/


 어디론가 사라졌다 싶으면 저러고 나타난다.. 웃겨서 깔깔거리며 쫒아가 찍었음..


아빠 기다리다가 잣송이 한개 더 주웠어요~ 아빠 보여줄 생각에 흐믓하신 따님~


드뎌 감자사마 도착.. 화로대에 고기를 구울 시간.. 새우도 지글지글~


공사다망하기로 한류스타 버금가는 감자사마 행차에 기념사진도 찍고요~


에이~ 기분이다~  난로위에서 2차로 밥도 볶아요..ㅋㅋ ;;


낮시간에 끓여 놓은 오뎅국도 인기만점이고요..


감자사마가 가득 챙겨운 먹거리를 보며 엄마는 흐믓한 맥주타임~


아무리 배가 불러도 자연의 맛.. 호박 고구마를 빠뜨릴 수는 없지요~  



화로대의 온기도 잦아들고 순이가 깊은 꿈나라로 떠나자 감자사마도 다시 회사로 복귀..

까만 밤.. 드넓은 잣나무 숲에 그 많던 텐트들이 모두 철수하고 적막하게 서 있는 리빙쉘 한동만 남았다 ..
지난 밤 손님들 초대해 캠핑예찬론을 벌이던 이웃 아저씨의 수다가 그립다.
웬 바람은 그렇게 부는지.. 숲을 뒤흔드는 바람의 굉음이 두렵고..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천막을 사이에 두고 지척에서 들리면 야심한 시각 불량배라도 온건 아닌지 신경이 곤두서고..
여차싶으면 도움을 청할 심산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조작법이 쉽지않은 아이폰 하나에 두모녀의 안위를 의지하고 있자니 왠지 서글프다
 그때 눈에 번쩍 뜨인 백두톱.. 그 거대한 무기를 머리맡에 두고나니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었다..
내일은 사나운 바람에 잣방울들이 좀 더 떨어져 있으려나.. 그와중에도 잣방울에 대한 기대가 유일한 위안이 되어준다.. ;; 

나무 긁는 소리, 뭔지모를 울음소리, 동물 발자국 소리.. 
결국 라디오를 켰다.. 여기 톱든 사람동물도 있으니 산짐승들은 접근금지 플리즈.. ㅠ_ㅠ
갑작스런 소음에 겁먹고 도망간 것인지 라디오 소리에 바깥 소리가 묻힌것인지 더이상 신경에 거슬리는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까무룩 잠이 든지 30분쯤 지났을까 이번엔 난로가 신경쓰여 잠에서 깼다.. 
따님은 침낭속에 집어넣어도 다시보면 팔다리가 침낭 밖으로 빼꼼히 나와있고..  
덥다고 땀까지 흘리며 자는데.. 난로에 넣어둔 등유가 모자라 아침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꺼지기 전에 밖에 내놓아야지 생각하며 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새벽바람이 찰텐데 난로없이 아이가 추위에 깰까봐 머리 맡에 핫팩 보온대도 몇개 놔두고 할일도 많고 밤도 길다..



따님은 세상모르고 자다가 새벽에 화장실 다녀와서 계속 취침중..
평화로운 얼굴을 보면 엄마도 지난 밤의 시름따위 잊고 마냥 행복해진다.. 엄마가 널 지켜낸거라구!! ㅋㅋ


우리를 버리고 간 감자사마를 원망하려했으나.. 일용할 양식을 남기고 갔으니 사랑하기로 다시 결심.. ㅋ


과연 지난 밤 사나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 잣송이가 가득하다.. 꺄~ 신난다~


잣까기의 달인.. 인터넷 검색으로 만든 잣까는 도구..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더니;;


할머니가 사주신 어그부츠는 개시하자마자 김치 떨궜;;; 엉엉.. 그래도 발은 따뜻해요~ ㅜ_ㅜ


캠핑의 화룡정점은 철수전 남은 오뎅국에 끓여먹는 라면.. 이세상 어떤 음식보다 맛있다.. ㅜ_ㅜ


photo by soony

철수하는 동안 심심해할까봐 순이에게 카메라를 주었더니 이것저것 많이 찍어왔다.. 
 그중에 해먹의 빛깔이 참 맘에 드네... 엄마 닮아 센스 있는듯.. ㅋㅋ


개방된 공간이 없어서 공놀이도 못하고 아이에겐 조금 지루했을 잣나무 숲속..
해먹과 잣송이 줍기, 나무꾼 놀이 말고는 딱히 즐길게 없는데도 나무버스를 자처하며 열심히 뛰놀고 웃어주어서 고마워..
자연이 이만큼 키운 것이겠지..  다음엔 아빠하고도 오랜시간 함께 보내자~ ♡




집에 돌아와 순이랑 함께 목욕하고 나와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짐정리를 하고 있었더니..
따님이 쪼르륵 달려와 손등에 스티커를 하나 붙여준다..
" 이거 뭐야? 참 잘했어요 스티커야?" 하고 물었더니 "아니야~ 고생했어요 스티커야.." 란다 ㅋㅋㅋ

잣송이 줍기 캠핑의 후유증 .. 까야할 잣이 산더미이지만 그래도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아무래도 전생에 농사꾼이나 나무꾼이었나봐... 아니면 욕심많은 청솔모였던 겐가? @_@?  

아무도 없던 둘째날 밤이 무섭긴 했지만..  지나고 보면 또 우숩고 재미난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도 다음부턴 남들 다 쉴때만 쉬자고 다짐..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우니까요~ ;; 다음은 그래서 떼캠으로 결정!! ㅋ